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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잡자는 데 아들은 왜요?- 위생과 진짜 남자를 위한 포경수술의 필요, 이제 의심해보자

해찬솔 에나이야기꾼 2015. 3. 1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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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주에 삶은 꼬막과 멍게를 곁들여 즐거운 저녁 식사를 한 날 저녁은 고래잡이의 필요성으로 내내 고민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삶은 꼬막과 멍게.

지난 3, 군침이 도는 저녁 상차림에 매실주를 곁들였다. 중학교 3학년인 큰아들은 멍게보다는 삶은 꼬막만 먹었다. 삶은 꼬막의 껍질을 손으로 벌려 젓가락으로 빼먹으려니 쉽지가 않았다. 나와 큰 애가 까는 모습이 성에 차지 않았는지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시범을 보였다. 숟가락을 들고 꼬막 껍질 한가운데를 힘주었다.

 

 

삶은 꼬막을 까는 아내의 시범에서부터 고래잡이에 관한 우리 가족의 저녁 식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렇게 까는 거야

아내가 숟가락으로 삶은 꼬막 껍질을 벗기며 말했다.

아내가 건네준 삶은 꼬막을 먹으면서 큰아들에게 나는 툭 던졌다.

언제 할까?”

뭘요?”

아빠는 네 나이쯤에 했는데···.고등학생 되기 전 겨울에···.”

아빠, 그건 유대인들의 풍습이래요. 그리고 하기 싫다고요

포경(包莖)수술을 권하자 아들은 절대로 싫다고 고개를 도리 짓는다.

 

 

옆에서 받으시오~”하며 내게 매실주를 따르던 초등학교 5학년 막내아들 녀석도 포경수술에 관해 덩달아 한마디 거든다.

 

옆에서 받으시오~”하며 내게 매실주를 따르던 초등학교 5학년 막내아들 녀석도 덩달아 한마디 거든다.

아빠, 사람 몸에 칼 대는 것은 좋지 않은 것 아니에요?”

포경 수술을 하면 위생에 좋다잖아~”

아내가 삶은 꼬막 껍질을 벗기며 막내아들의 말에 답한다.

그래, 그래. 자지가 포피 속에 둘러싸여 있으면 청결에 힘써야 해~”

자주 씻어야 한다고 말하자 막내 아들은 아빠, 우리에게도 내 몸을 제대로 간수할 권리가 있어요~”라며 내 눈을 또렷하게 바라보았다.

졸지에 우리 가족의 저녁 식사는 1998년 강수연, 진희경, 김여진 주연의 영화 처녀들의 저녁 식사처럼 ()’ 주제가 되었다.

 

나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아버지 말 한마디에 형과 동생과 함께 비뇨기과에서 수술을 받았다. 남자 의사는 간단한 수술이야~ 괜찮아라며 저쪽으로 가보라고 턱으로 가리켰다. 수술대라고 적힌 작은 방에 들어가자 여자 간호사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바지 내리고 누워라고 했다. 머뭇머뭇. 누웠다. 바지를 내렸다. 나 자신의 벌거벗은 아랫도리 여성 간호사는 아주 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간호사는 내 음경을 손으로 툭툭 건드렸다. 음경은 내 의사와 상관없이 본능적으로 빳빳하게 섰다. 간호사는 대수롭지 않은 듯 음경 옆으로 마취주사를 놓았다.

 

 

삶은 꼬막을 안주 삼아 먹는 저녁. 내 청소년 시절의 포경 수술이 떠올랐다.

 

잠시 후 남자 의사가 왔다. 나는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를 당겨 아래를 보려 했다. 의사가 수술용 칼을 음경에 들이댈 때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남자 의사가 나가자 간호사는 “1주일은 고생할 거야라며 종이컵으로 수술받은 음경을 덮어주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마취가 풀렸다. 아팠다. 그냥 아픈 게 아니라 하게 아팠다. 특히 오줌이 마려워 소변을 볼라치면 온몸이 전기에 감전된 듯 떨었다. 종이컵이 수술 받은 음경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엉거주춤 오리걸음은 피할 수 없었다.

 

오리걸음을 하면서도 그 당시 포경 수술은 남자라면 누구나 당연히 받아야 하는 통과의례로 알았다. 나중에 성인이 되면서 포경수술이 원래는 유대인의 종교의식인 할례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도 포경수술은 위생을 위해서 꼭 해야 한다고 여겼다. 남성인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서도, 여성을 위해서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대식, 방명걸이 지은 <포경은 없다>. 올리브(M&B) 사진제공.

 

포경 수술에 관한 내 생각은 결혼하고 아빠가 되어도 변함이 없었다. 첫아들이 태어났을 때, 나는 사춘기 때 겪은 포경수술의 불편한 시선과 고통을 없애기 위해 신생아인 아들에게 포경수술을 받도록 하려고 고민한 적도 있었다. 저 여린 아이에게 칼을 일찍 들이댄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포경수술이 꼭 필요한가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많이 빛이 바랬다.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위생적이라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덧붙여져 쉽사리 실행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날 저녁 식사 이후 인터넷에서 포경 수술에 관한 자료들을 검색했다. 전 세계 남서의 약 20~25% 정도가 포경 수술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12년에 포경 수술률이 25.2%였다고 한다. 심지어 스웨덴에서는 미성년자 포경 수술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는 뉴스에 놀랐다. <포경은 없다>는 책도 지난해 출판되었다. ‘포경 수술에 대한 사람들의 상식이 얼마나 잘못되어 있는가를 따끔하게 꼬집고, 포경 수술에 대한 올바른 상식과 정보를 전하고자 한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책을 사서 찬찬히 읽어볼 참이다.

 

어릴 적 내 아버지가 내게 해주었던 포경수술. 나는 그저 위생에 좋다는 말에 진짜 남자가 된다는 사실에 관성에 젖어 내 아이들에게도 권한 게 아닌지 돌아보았다. 살아가는 동안 가졌던 포경수술의 필요를 이제 의심해봐야겠다.